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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으로 펼쳐내는 여름나기

  • 입력 2022.08.12 11:04
  • 기자명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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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한여름 햇빛과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것으로 부채가 있다. ‘부채’라는 말의 어원은 고려 때 송나라의 손목(孫穆)이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우리말의 부채를 표기하여 “선왈부채(扇曰孛采)”라 한 데서 살필 수 있다. 가는 대오리로 살을 만들어 넓적하게 벌려서 그 위에 종이나 헝겊을 바른 것으로 ‘부치는 채’라는 말이 줄어서 부채가 되었다.

부채에 담은 색채

작가 박일선의 단청 별지화 연작은 부채 위에 단청안료, 호분, 먹으로 단청화를 담아냈다. 본래 ‘별화(別畵, 또는 별지화 別技畵)’는 단청 무늬라 하기보다는, 머리초와 머리초 사이의 계풍에 회화적인 수법으로 그려 넣은 그림 또는 장식화이다. 좌우 머리초의 중간부나 공터, 또는 연속되는 비단무늬의 일부에 그린다. 건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나, 조선 시대 궁 건축에서는 쓰지 않고 주로 사찰 건물에 그리는데 사령수(四靈獸)라 하는 용, 거북, 봉황, 기린을 비롯 맹수천마, 사자, 범 또는 길조(吉烏, 학오리), 사군자(四君子, 매난국죽), 화초 등이 주가 된다. 사찰에서는 경전, 부처님과 관계되는 내용을 담기도 하고 신선을 그리기도 한다.

작가의 2018년 8월 작 ‘광통교 석축에 핀 꽃구름’은 청계천에 놓인 석교중 제일 오래된 다리인 광통교(廣通橋)를 담았다. 광통교는 1410년(태종10) 8월에 축조된 다리로, 정릉을 옮기면서 나온 석물로 광통교를 놓았으며, 석축을 쌓을 때도 정릉의 석물들을 재활용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신선이 구름을 타고 있는 도상과 금강저를 새겨진 돌이 인상적이다.

광통교 석축에 핀 꽃구름, 13x44cm, 부채, 단청안료, 호분, 먹, 2018
광통교 석축에 핀 꽃구름, 13x44cm, 부채, 단청안료, 호분, 먹, 2018

작가의 글에서 밝히는 광통교의 역사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광통교와 석축의 축조는 왕자의 난으로부터 비롯되는데, 태조 이성계가 계비(繼妃) 신덕왕후 강씨의 소생인 방석에게 왕위를 넘겨주려고 세자로 옹립하자 이에 반발한 방원이 1398년(태조7) 난을 일으켜 방석을 죽이고, 1400년 왕위에 오릅니다. 1409년(태종9) 도성 안에 있던 방석의 생모 신덕왕후의 묘인 정릉을 도성 밖으로 옮겨야 한다는 상소가 있자 지금의 중구 정동에서 성북구 정릉동 현재의 위치로 옮기게 된 것이다. 1410년(태종10) 큰비가 내려 한양도성 축조때 흙다리였던 광통교가 유실되자, 신덕왕후에 대한 원한이 깊었던 태종이 신덕왕후를 저주하려고 정릉에 쓰였던 석물들을 가져다 모든 사람들이 밟고 지나 다니게 돌다리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석축을 쌓을 때도 태종의 명으로 신선이 새겨진 면석을 거꾸로 뒤집어 설치하게 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모두 찬찬히 훑어보면 신선이 뒤집어진 것도 있지만 바로 선 것도 있다. 또 어떤 면석은 둘로 깨진 것을 하나는 바로, 하나는 거꾸로 설치한 것도 있고, 금강저가 새겨져 있는 우석도 바로 설치한 것이 있는가 하면 뒤집어서 설치한 것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태종이 신덕왕비를 저주하기 위해 거꾸로 설치하게 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세련되고 정교하게 새겨진 조각들이 당대 최고의 석공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감탄할 만큼 뛰어난 유물이자 예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이다.

모닝글로리, 나팔꽃 1, 13x44cm, 부채, 단청안료, 호분, 먹, 2018
모닝글로리, 나팔꽃 1, 13x44cm, 부채, 단청안료, 호분, 먹, 2018
모닝글로리, 나팔꽃 2, 13x44cm, 부채, 단청안료, 호분, 먹, 2018
모닝글로리, 나팔꽃 2, 13x44cm, 부채, 단청안료, 호분, 먹, 2018

나팔꽂(학명: Pharbitis nil Choisy)의 꽃말은 ‘기쁜 소식’으로, 서양에서는 morning glory(아침의 영광), 일본에서는 아사가오(朝顔 あさがお, 아침 얼굴)라고 부른다. 한여름 동틀 때 이슬 머금고 활짝 피어나서 새날의 기쁨을 제일 먼저 전해주고, 한낮에는 뜨거운 햇살을 못이겨 시든다. 중국에서는 견우화(牽牛花)라고 불리는데, 옛날 중국에서 소가 끄는 수레에 나팔꽃을 가득 싣고 팔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하기도 하고, 나팔꽃이 7월 칠석의 견우성(牽牛星)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였다고도 한다. 칠석에 대한 전설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매년 음력 7월 7일 밤에 은하수 서쪽에 있는 직녀와 동쪽에 있는 견우가 오작교에서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애잔한 내용이다.

 

박일선 PARK, IL SUN

198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안과 졸업

2011~17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승교육사 양선희 선생 사사

 

전시이력

2021 제66회 창작미술협회전(예술의전당)

2020 붓다의 향기(동덕아트갤러리)

2017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

2016 제4회 붓다아트페스티벌(SETEC)

2015 개인전 몽유금강산(그림손갤러리)

2015~20 겸재진경미술대전 초대작가전(겸재정선미술관)

 

수상

2020 제5회 천태예술공모대전 우수상(동덕아트갤러리)

2015 광복70주년, 대한민국미술축전 행자부장관상(DDP)

2014 제12회 겸재진경미술대전 대상(겸재정선미술관)

2014 제2회 KOTRA 한류미술공모전 동상 (KOTRA OPE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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