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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으로 변하는 초기 우울

  • 입력 2022.08.10 10:51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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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많은 정신질환 증상은 나이에 따라 또는 인생이 처한 시기에 따라 ‘얼굴 모습’이 변한다. 오죽하면 과거에 청소년들의 우울 증상을 ‘가면을 쓴’ 슬픔이라고 했을까! 예를 들어보자, 어른들은 우울하면 한구석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고, 슬픈 정서에 빠진다. 그에 비해 젊은 소년들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안절부절 하거나, 화를 잘 낸다. 그러나 개중에는 어른들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기운 없게 방구석에 박혀 있는 틴에이저도 있다. 즉 한 가지 증상이 모든 젊은이들에게 다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면만을 보고 속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잠을 자는 것도 그렇다. 어른들은 우울하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중년의 여성들은 다를 수도 있다). 틴에이저들은 우울해지면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잔다. 마치 세상을 도피하려는 것 처럼∙∙∙. 그리고 많이 먹어댄다.

그러니 상상해 보라. 멀쩡한(?) 틴에이저가 밤낮으로 잠만 자고, 음식을 조절 못한 채 먹어대 피둥피둥 살이 찐 데다가 부모가 주의라도 줄려면 화만 내고,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을! 당연히 “너는 왜 그렇게 게으르냐?” 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그런데 이것도 본인도 가장 싫어하는 점이다. 남들처럼 친구도 잘 사귀고,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고, 날씬하고 잘 생겼으면∙∙∙ 하고 꿈을 꾸었다. 그리고는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뚱뚱해진 본인의 ‘몸’에 혐오증이 생겼다. 그런 만큼 더 먹어댄다. 왜냐하면 다른 ‘낙’이라고는 없으니까! 부모님에게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싶지 않은 틴에이저는 한명도 없다. 그런데 부모님이 ‘낙인을 찍은’ 터이니, 본인도 자신에 대하 포기 해 버린다. 도저히 부모님이 바라는만큼 충족시킬 자신도 없었으니∙∙∙. 이런 아이들일수록 친구들이, ‘너도 괜찮은 애야!’하면서 추겨 주면 갱이나,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게 된다. 적어도 나를 좋게 보고, 소속감이 생기니∙∙∙.

사춘기 이전 우울증, 조울증 확률 높아

이러한 우울 증상이 사춘기와 함께 오는 수가 많다. 특히 여아이 경우는 난소 호르몬(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면서 더욱 심한 우울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여성 호르몬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영성들이 아주 많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은(월경 이전의 우울 증상) Premenstrual Dysthymic Disorder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증상이 정도가 심하고, 기능 장애가 커지면 ‘주요 우울’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조울증은 변하는 환자들 중에도 처음의 증상은 이렇게 우울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려고 애를 쓴다.

왜냐하면 치료법에도 차이가 날 수 있고, 앞으로의 예후에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조울증은 특히 1/5의 환자가 자살을 한다. 보통의 주요 우울증 환자들 중에도 자살 기도나 자살 의욕은 있다. 이들은 많은 경우에 ‘도움을 청하는’ 몸부림일 수 있다. ‘Cry for helf’ 이때에 주위에서 이해하고,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특히 집안에 과거 먼 친척 중에서라도 조울증 환자가 있었다면 일단 조울증을 의심하고, 빨리 손을 쓰는 것이 좋다. 마치 두 사람이 발가락을 다쳤는데, 한 명은 가족력 중에 당뇨 환자가 있었다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처럼∙∙∙.

어린이들에게 사춘기는 아주 힘든 단계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사춘기 이전에 이미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수도 있다(내 환자중 다섯 살짜리 소년이 죽고 싶다면서 전화선으로 목을 조르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이렇게 사춘기 이전에 우울증이 있던 경우에는 후에 자라서 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암은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 조울증도 빨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생명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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