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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두 번 사는 법

기사승인 2022.05.13  15: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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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버스 안에 있는 ‘8학년생(80대 노인)’들은 빨간 복장의 활기찬 모습이다. 나는’5학년생’이라 제2의 성인기의 초년병이다. 적어도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나들이에서는 그렇다. 옛날 군밤과 김밥을 싸들고 창경궁에 갈 때의 기분과 어쩌면 이렇게 같을 수 있을까? 가만히 두뇌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이해된다. 어린 시절의 신나던 시간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이 대뇌의 하마(Hippo Campus) 조직 속에 잘 간직돼 있다 연상되기 때문이리라.

구소련의 후루시초프 수상이 미국에서 가장 탐난다고 했던 태평양 연안도로를 달린다. 말리부를 지나니 ‘한국전 참전 용사 도로’가 나온다. 시장의 아들이 한국전에서 사망한 것을 기리는 주립도로하고 한다. 호수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장금이가 사용했던 둥근 머리장식들을 쓰고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어릴 적 소풍 때는 ‘오 캐롤’ 등 서양 노래를 불렀고 비틀즈 얘기를 했었다. 이제 세계의 주요 무대인 태평양의 건너편 쪽에 와 우리는 ‘상궁머리’를 틀어 올리고 고향 얘기를 한다. 근사한 대조다.

건강한 중년기 이후 건강한 노년기 온다”

인생은 과정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들은 내 인생의 여정을 동반해 주는 귀한 순례자들이다. 어느 후배는 미국으로 시집 올 때 한복 8벌과 파티복 10벌을 맞춰 왔다고 한다. 미국은 파티의 나라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도착한 다음날 그녀는 시댁에서 운영하는 세탁소에 일하러 가야 했다. 파티복들은 세일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더라며 그녀는 웃었다. 역경을 극복하고 그는 이제 큰 회사의 부사장이다. 40대 초반의 다른 후배는 갑자기 남편과 사별했다. 그녀는 선배의 이끌림에 힘입어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외로울 사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첫아이가 대학에 가면서 온 서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단다. 왜 그리 서럽고 외로운지∙∙∙. 그래서 큰 마음먹고 봄나들이 여행에 따라나섰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아이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을래요” “그래 잘 생각했어. 아이가 대학교에 가 새 친구 사귀랴, 공부 따라가랴, 집 생각 잊으려고 지금 안간힘을 쓰고 있을 테니까”

똑똑한 엄마라 금방 ’떠나보내는 일(Letting GO)’을 이해한다. 남편을 보내고 하나씩 아이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면서 중년기 여자들은 제2의 성인기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인간의 성장단계를 8단계로 구분한 에릭 에릭스라는 학자는 이 시기를 ‘생산기’라 불렀다. 자녀의 생산과 양육, 재산의 확장, 사회 봉사자로서의 생산, 자신의 성장발육이 모두 활발할 때이다. 건강한 중년기 이후에는 건강한 노년기가 온다. 과거에 집착하는 대신 계속 주위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영향을 끼치는 노인 시기이다. 이렇게 못한 노인들은 ‘상심의 시기’를 맞게 된다. 몸도 마음도 기억도 모두 쇠퇴한다. 삶의 전진 대신에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리며 미래에 올 죽음을 겁낸다.

우리 동행 중 한 선배님(8학년 2반)은 최근 부군을 잃고 2년제 대학에서 공부한다. 그러다 모델로 뽑혀 활발한 연애(?) 활동을 한다. 10대 농구선수로 뛸 때만큼 재미가 있으시단다. 7학년 9반 선배님들은 교회 봉사와 라인댄스 교습으로 일정이 바쁘시다. 활발하게 뇌에서 도파민과 엔도르핀 등이 분비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니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면역작용을 하는 핏속의 입자들이 신나게 부르는 합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선배님들의 활발한 웃음소리가 우리 후배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한 이들의 영원히 세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인가!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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